▲ 좌타자 몸쪽 승부 하나는 KBO리그 역대 최고로 뽑히는 브룩스 레일리 ⓒ곽혜미 기자
▲ 좌타자 몸쪽 승부 하나는 KBO리그 역대 최고로 뽑히는 브룩스 레일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찰리 반즈(27‧롯데)는 좋은 투수다. 아주 빠른 공을 던지는 건 아니지만 좌완으로 까다로운 폼과 스윙을 가졌고, 좋은 커맨드 또한 갖추고 있다. 좌완이 좌타자에게 이점을 가지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반즈는 특히나 좌타자를 상대로 더 강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반즈를 상대하는 좌타자들은 “포심이나 투심의 몸쪽 패스트볼의 제구가 좋고,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패스트볼의 경우 볼이라고 생각했던 공이 몸쪽 꽉 찬 코스에 들어올 때도 있다고 말한다. 패스트볼에 신경을 쓰고 있으면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떨어진다. 헛스윙 유도 구종이다. 폼도 좌타자로서는 공이 넘어오는 과정이 잘 보이는 편은 아니다.

실제 올해 반즈는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61(피OPS 0.671)인 것에 비해, 좌타자 상대는 0.211(피OPS 0.530)이다. 이 때문에 반즈가 선발 등판할 때는 상대 타선이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을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전반기와 후반기를 놓고 보면 약간 다른 면도 보인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확 뛰었다. 전반기 좌타자 상대 피OPS가 0.471이었던 것에 비해, 후반기는 0.876에 이른다.

물론 후반기 표본이 많은 건 아니고, 후반기 들어 전반적인 커맨드가 조금씩 흔들리는 양상은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제 상대 좌타자들도 반즈의 공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가정을 세울 수는 있다. 이대형 ‘스포츠타임 베이스볼’ 크루 또한 3일 LG 타자들이 반즈 대처법을 보며 “시즌이 흘러가고 여러 번 상대를 하면서 익숙해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즈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선수가 바로 브룩스 레일리(34‧탬파베이)다. 롯데 외국인 계보의 선배이기도 하고, 역시 좌타자에게 굉장히 강한 모습으로 ‘좌승사자’로 불렸다. 그렇다면 반즈는 레일리와 같은 좌승사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위원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몸쪽 승부다.

현역 시절 레일리에게 굉장히 강한 면모(14타수 7안타)를 보였던 좌타자 출신 이 위원조차 “나는 공이 무서우니까 타석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이상하게 잘 맞았던 것”이라고 레일리를 인정한다. 이 위원은 몸쪽 승부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 위원은 “레일리의 좌타자 상대 투심패스트볼은 역대 최고였다. 이승엽 선배든, 박용택 선배든 좌타자들이 빠질 정도였다. 그만큼 그 몸쪽 투심이 무서웠다. 정타가 거의 안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 위원은 “자칫하면 몸에 맞을 수 있다는 위협도 있었고 기본적으로 공과 (좌타자) 방망이가 맞을 각이 잘 나오지 않았다. 바깥쪽 공이 멀어보이게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몸쪽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레일리가 최고였다. 특히 몸쪽 투심 하나에 바깥쪽 슬라이더 대처가 완전히 무너진다”면서 “반즈는 그런 몸쪽 구사율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레일리만큼 집요하게 던지지는 않는다. 레일리는 던지는 순간 좌타자들이 뒤로 빠졌는데 반즈는 심리적으로 그 정도까지 느낌은 없다”고 분석했다.

▲ 좋은 제구력을 갖춘 반즈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좋은 제구력을 갖춘 반즈는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이 위원의 말은 실제 데이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레일리의 집요한 몸쪽 승부를 실감할 수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2018~2019년 2년간 집계에 따르면, 레일리는 좌타자 몸쪽 승부에 굉장히 적극적인 선수였다. 좌타자 상대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했을 때 몸쪽 세 칸에 들어온 구사 비율이 무려 36.5%에 이르렀다. 이 코스에 들어온 공은 대부분 투심이나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좌타자들은 레일리의 집요한 몸쪽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런 데이터에 주목한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레일리를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자주 활용했다. 탬파베이는 레일리가 좌타자는 물론 우타자를 상대로도 1이닝 정도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올해 2년간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지불하는 계약에 사인했다. 레일리는 4일까지 올해 3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고,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여전히 0.143으로 낮다. 허를 찌르는 좌타자 몸쪽 승부는 여전하다.

반대로 반즈는 올해 이 비율이 21%로 레일리보다는 많이 떨어진다. 3일 LG전에서도 몸쪽 승부보다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비중을 뒀고, LG 좌타자들은 몸쪽보다는 가운데나 바깥쪽에 포커스를 맞추며 많은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즈는 제구가 좋은 선수다. 몸쪽 승부 비율을 높여 성공을 거둔다면 지금 이상의 성과도 가능하다는 게 이 위원의 칭찬이다. 이 위원은 “결국 좌완이 좌타자를 상대로 성공하려면 좌타자들의 어깨를 열게 해야 한다”며 앞으로의 흥미로운 지점으로 뽑았다. 반즈는 현재 좌완 스페셜리스트 가능성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모으는 선수이기도 하다. 후반기 어떤 결과가 있을지에 따라 향후 거취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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