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명타자 족쇄를 벗은 추신수는 남은 시즌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곽혜미 기자
▲ 지명타자 족쇄를 벗은 추신수는 남은 시즌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년 시즌을 앞두고 16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전격적으로 SSG 입단을 선택한 추신수(40)는 불혹의 나이에도 건재한 기량을 과시했다. 자신의 장점은 살아있었고, 순간순간 보여주는 야구 재능은 클래스를 실감케 했다.

스스로 말하듯 지난해 타율(.265) 자체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무려 103개의 볼넷을 기록하며 출루율은 4할대(.409)를 기록했고, 여기에 21개의 홈런과 25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20-20 클럽 가입 이력을 남겼다. 높은 출루율 덕에 추신수의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을 37%나 상회했다. 성실한 자기 관리로 SSG 후배들의 모범이 된 효과는 덤이었다.

그러나 시즌 중반 추신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몸 상태로 뛰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팔꿈치 문제였다. 인대가 거의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이 때문에 수비에는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투수보다는 덜 민감한 부상이라고 해도, 타격에도 팔꿈치의 몫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통증 속에서 스윙을 해야 했던 추신수의 고충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지난해 시즌이 끝나자마자 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재활해야 했다.

올해도 전반기는 정상적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재활 기간 탓에 시즌 준비가 또 늦었고, 시즌 초반 다소 고전하는 양상도 있었다. 무엇보다 지명타자로만 뛴다는 게 추신수를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괴롭혔다.

지명타자는 수비에 나가지 않는다. 체력적으로 덜 힘들 수는 있다. 그러나 경기에 집중하려면 다른 선수들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비에 나가면 3시간 내내 꾸준히 경기와 함께 할 수 있지만, 지명타자는 자신의 타석과 주자로서의 몫이 끝나면 더그아웃에서 한없이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몸도 차갑게 식는다. 지명타자들이 중간중간 그라운드로 나와 전력질주를 하는 것, 더그아웃에서 남몰래 배트를 돌리는 것도 다 감을 유지하기 위한 안간힘이다.

추신수도 풀타임 지명타자 경험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 비중이 높을 때도 수비에 곧잘 나갔다. 이 정도 비중은 베테랑의 체력을 안배하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지명타자로만 나가는 건 고역이었다. 추신수는 “지명타자로 출전하면 경기에 나가도 나간 것 같지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추신수는 팔꿈치 재활을 거쳐 후반기부터는 수비에도 나간다. 지난 6일 인천 삼성전에 선발 우익수로 출전했다. 수비 출전은 2021년 10월 30일 kt전 이후 280일 만에 처음이었다. 추신수는 “수비에 나가니 좋았다. 오히려 다리도 더 가벼워지고, 컨디션도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미소 지었다.

SSG의 외야에도 숨통이 트였다. 전반기에는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고정되다보니 다른 선수들이 계속 수비에 나가야 했다. 그러나 추신수가 일주일에 2~3경기만 수비에 나가줘도 고루 지명타자로 투입해 체력 안배를 할 여유가 생긴다. 이는 추신수가 지난해 시즌 뒤 마흔의 나이에도 팔꿈치 수술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는 팀 후배들에 대한 마음의 짐도 덜어낼 수 있는 셈이다.

김원형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던 추신수는 수비 출전에 대해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 있다”고 오히려 감독을 안심시켰다. 오히려 수비 출장을 원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김 감독은 “어떤 상황에서도 ‘NO’라고 하지 않는 선수”라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난해 추신수를 괴롭히던 팔꿈치 통증은 사라졌다. 수비까지 나갈 수 있다는 건 100% 회복이 됐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추신수의 발을 무겁게 했던 ‘지명타자’ 족쇄도 이제 풀렸다. 바쁘게 외야를 누비며 경기 컨디션을 유지하고 또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추신수는 온갖 악재에도 리그 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모든 걸림돌이 다 사라졌으니, 전설의 마지막 불꽃은 이제부터 시작됐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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