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의 한계를 다시 정의하고 있는 추신수(왼쪽)와 이대호
▲ KBO의 한계를 다시 정의하고 있는 추신수(왼쪽)와 이대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우리 때요? 나이 서른이면 죄다 다음 인생 생각하고 있었죠”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한 원로급 관계자는 “굳이 실업야구 시절의 우리 선배들까지 거슬러가지 않아도, 프로 초창기만 해도 서른이 넘어가면 ‘이제 뭐하나’라며 다음 인생을 생각하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그 다음 세대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2000년대 선수 생활을 했던 한 코치는 “몸 관리만 잘하면 서른을 넘어서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시기”라고 했다.

선수들의 체계적인 몸 관리 비법이 나날이 발전함에 따라 KBO리그의 ‘정년’은 점차 연장되는 추세다. 몸만 건강하고, 자신의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30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충분히 현역으로 뛸 수 있다. 다만 ‘마흔’의 벽은 여전히 건재하다. 마흔 넘어서까지 야구를 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KBO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1982년생 동갑내기인 추신수(SSG)와 이대호(롯데)는 KBO리그의 한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나이로 이미 마흔을 넘긴 선수지만, 여전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기량으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거두고 있다. 워낙 경력들이 대단한 선수들이기는 했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는 두 베테랑의 불꽃이 팍팍 튀었다. 한 쪽에서만 튄 게 아니라 양쪽에서 튀었다. 젊은 선수들이 들러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대호는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차례로 달성하더니 이날 4안타 3타점의 대활약을 펼쳤다. 시즌 타율을 0.350까지 끌어올리며 타격 부문에서 2위 이정후(키움‧0.342)와 격차를 더 벌렸다. 은퇴 시즌에 타격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판이다.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0.885다. 

꾸준한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던 추신수는 장타까지 폭발하는 양상이다. 추신수는 이날 대포 두 방을 몰아쳤다. 지난해 KBO리그 입성 후 세 번째 멀티홈런 게임이다. 최근 세 경기 연속 홈런으로 그간 다소 아쉬웠던 장타까지 채워 넣고 있다. 장타의 폭발 속에 추신수의 OPS도 0.847까지 수직 상승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가 있었던 4월까지 OPS가 0.700이 안 됐던 것을 고려하면 역시 클래스를 느낄 수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후배들이 두 선수를 보며 더 오랜 현역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튼 감독은 6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이대호와 추신수가 우리 어린 KBO리그 선수들에게 굉장히 좋은 예시가 될 선배들이자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도 두 선수를 보면서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면서 “그런 가능성을 생각할 것이고, 그렇게 꿈을 꿀 수 있다”면서 리그의 인식 자체를 바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대호는 올 시즌으로 은퇴가 예정되어 있고, 추신수 또한 내년 거취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나이 마흔을 넘어서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시점이 언제든 명예롭게 은퇴를 할 수 있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KBO리그의 한계는 그렇게,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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