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잠실, 맹봉주 기자] "정말 안 울려했는데..."
서울 SK 전희철 감독은 얼굴이 잔뜩 상기된 상태에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인터뷰 도중엔 SK 선수들이 난입해 전희철 감독을 향해 무차별 샴페인 세례를 퍼부었다.
SK가 10일 안양 KGC인삼공사를 꺾고 2021-2022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팀 창단 후 처음이다.
전희철 감독에겐 더욱 뜻 깊다. 10년 넘게 SK에서 코치와 구단 프런트 일을 했다. 농구대잔치 출신 스타들이 비교적 쉽게 감독길에 오른 것과 달랐다.
하지만 오래 돌아온 결실은 있었다. 문경은 감독의 뒤를 이어 사령탑에 오른 첫 시즌부터 모든 영광을 맛봤다.
그 배경엔 전희철 감독의 완벽주의가 있었다. 거친 외모와 달리 전희철 감독은 꼼꼼하기로 유명하다. 경기 준비부터 철두철미하다.
"노력 정말 많이 했습니다. 저 덕후에요. 게임, IT 등 뭐 하나 꽂히면 파고드는 성격이에요. 책을 안 읽는 편인데 코치 때는 책에 꽂혀서 100권을 몰아서 본 적도 있어요. 지금은 감독이라 어쩔 수 없이 농구에 꽂혔죠. 초보 감독 능력이래야 한계가 있잖아요.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 성격 자체가 노력을 안 하고 지면 자신한테 막 화를 내요. 모든 걸 완벽하게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가거든요."
SK는 몇 년 전부터 늘 우승후보였다. 국가대표 라인업을 자랑했기 때문.
단 선수들 개성이 너무 강했다. 최준용, 김선형, 안영준, 외국선수 등을 한데 묶을 필요가 있었다.
전희철 감독이 오고 SK는 팀으로 움직였다. 개개인의 개성을 뽐내면서도 뭉쳐야할 땐 하나가 됐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과 '밀당'에 성공한 게 비결이라고 한다.
"50살 되면서 마음이 여려졌어요.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거든요. 근데 요즘은 드라마 보면서도 울어요. 제가 너무 강했으면 선수들과 밀당이 안 됐을 겁니다. 눈물이 많아지고 약해진 게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지금 선수들은 저와 다른 세대잖아요.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선수들도 선은 확실히 지켜요. 그래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팀을 이끌 수 있었어요. 감독보다는 좋은 매니저가 되고 싶습니다. 전략, 전술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잘 뛰게 만들고 싶어요. 강압적인 방법만으론 같이 데려갈 수 없어요. 소위 '맥일 때 맥이고 뺄때 뺀다'는 식의 밀당을 해야 돼요."
이번 시즌 개막 전 전희철 감독은 SK에서 자신과 최준용, 자밀 워니 이 셋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시즌 후 전희철 감독은 감독상을, 최준용은 정규리그 MVP, 워니는 최우수 외국선수에 선정됐다. SK의 통합우승은 화룡정점이었다.
전희철 감독은 "제가 시즌 전 말했던 물음표를 살짝 지운 거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며 "부족한 게 진짜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 채워줬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났어요. 제가 다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면 안 울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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