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한국 남자 봅슬레이의 자존심 '원윤종 팀'이 4년 전 평창에서 쓴 반전 드라마를 다시 준비한다.
실망스러웠던 2인승 경기 내용을 철저히 복기했다. '마의 6번 커브' 전략을 다듬었다. 4인승 종목에서 평창의 기적을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파일럿 원윤종과 김진수, 김동현(이상 강원도청) 정현우(한국체대)로 이뤄진 원윤종 팀은 19일 중국 옌칭 국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리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경기에 출전한다.
20일까지 이틀에 걸쳐 하루 두 번씩, 총 4차례 레이스를 펼친다. 합산 기록을 소수점 아래 두 자릿수 초까지 잰 뒤 순위를 가린다.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은 이번 대회 마지막 썰매 종목이다.
한국 썰매 자존심이 걸려 있다. 앞서 메달 기대감이 컸던 남자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이 메달권과 상당한 격차로 고개를 떨궜다.
남자 스켈레톤에서 '아이언맨' 윤성빈(강원도청)이 12위에 머물렀다. 기대주 정승기(카톨릭관동대)도 10위에 그쳤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선 원윤종 팀과 석영진 팀이 각각 19위, 24위를 기록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성과를 떠올리면 아쉬운 결과다. 당시 남자 스켈레톤은 윤성빈이 금메달, 봅슬레이에선 원윤종 팀이 남자 4인승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썰매가 4년 전과 견줘 퇴보한 게 아니냐는 자성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임남규와 독일 태생 귀화선수 에일린 프리쉐가 출전한 루지 남녀 싱글, 박진용-조정명이 나선 루지 남자 2인승과 단체 계주 모두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현재 한국이 썰매 종목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린 건 정승기가 유일하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가리지 않고 베이징에서 고전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한국 썰매는 '노메달’로 베이징올림픽을 마감한다. 2026밀라노동계올림픽을 기약해야 한다.

그럼에도 팬들은 기대를 건다. 무엇보다 4년 전과 상황이 흡사하다. 평창의 기적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이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원윤종은 서영우(경기BS경기연맹)와 짝을 이뤄 원통형 썰매에 몸을 실었다. 당시 2인승 원윤종 팀은 대회 직전 열린 월드컵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올림픽 메달 기대감이 4인승보다 훨씬 높았다. 하나 최종 결과는 6위. 경기장을 찾은 국내 팬은 물론 선수의 상실감도 컸다.
원윤종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2인승 네 차례 주행을 철저히 되짚었다. 트랙 정보를 가다듬고 주행에서 작은 실수를 복기했다. 실망감을 에너지원 삼았다. 수험생이 기출문제 대하듯 꼼꼼하게 1~4차 시기를 씹고 뜯고 맛봤다. 그 결과 4인승 경기에서 깜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역시 4인승보다 2인승을 향한 기대가 좀 더 컸다. 원윤종은 베이징올림픽 직전에 끝난 월드컵 8차 대회에서 7위에 올랐다. 앞서 7차 대회서도 7위를 찍었다. 트랙 적응도에 따라 입상도 노려볼 만했다. 하나 기대에 크게 못 미친 19위로 레이스를 종료했다.
이번에도 2인승을 질 좋은 모의고사로 활용한다. 문젯거리를 속속들이 꿰뚫어 약점 보완을 시작했다. 원윤종이 찾은 빈틈은 6번 커브 구간. 커브를 돌고 곧장 이어지는 직선 구간까지 미세한 실책을 지속적으로 범한 게 기록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4인승 경기를 앞두고 6차례 연습 주행에서 6번 구간 해법을 찾아 냈을지 주목된다. 약점 보강에 성공한다면 4년 전처럼 실전에서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원윤종 뒤를 이어 '차세대 간판 파일럿' 재목으로 꼽히는 석영진(강원도청)은 김태양(한국체대)과 김형근(강원BS경기연맹) 박창현(가톨릭관동대) 신예찬(한국체대)과 호흡을 맞춘다. 원윤종 팀과 더불어 4인승에 도전하는 '석영진 팀'은 라인업 변동을 예고해 눈길을 모았다.
1·2차 시기는 신예찬이, 3·4차 시기는 박창현이 썰매를 민다. 더 많은 선수가 올림픽을 경험하도록 배려한 조치다. 미래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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