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강국 러시아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카밀라 발리예바(16,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금지 약물 도핑 파문으로 러시아 피겨의 위상은 추락했다. 여기에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은퇴성 발언까지 나왔다.

트루소바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77.13점을 획득했다. 

그는 프리스케이팅 1위를 차지했지만 총점에서는 251.73점에 그쳐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금메달은 총점 255.95점을 기록한 동료 안나 쉐르바코바(17,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게 돌아갔다.

석연찮은 판정이나 라이벌과 경쟁에서 패할 때 몇몇 선수들은 공식 석상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트루소바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았다.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언론은 18일 트루소바가 경기를 마친 뒤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트루소바는 "나는 이번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내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본다"고 덧붙었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트루소바는 은퇴를 뜻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러시아 TV방송과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다시 스케이트를 타지 않겠다. 이 스포츠가 싫다. 나를 빼고 모두 금메달이 있지만 난 그렇지 않다. 이제는 불가능하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트루소바의 곁에는 지도자인 에테리 투트베리제(48, 러시아) 코치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트루소바의 발언을 막지 못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트루소바의 거침 없는 말은 계속됐다. 그는 "나는 3년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목표를 향해 노력했고 더 많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우승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트루소바는 발리예바와 쉐르바코바가 떠오르기 전, 투트베리제 팀의 '에이스'였다. 그는 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 쿼드러플 토루프를 뛰며 당시 세계 기록인 225.52점으로 우승했다.

2019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마의 점프'로 불리는 쿼드러플 러츠까지 추가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2연패를 달성하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안나 쉐르바코바(가운데)와 은메달리스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 동메달리스트 사카모토 가오리 ⓒ연합뉴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안나 쉐르바코바(가운데)와 은메달리스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 동메달리스트 사카모토 가오리 ⓒ연합뉴스

트루소바는 '여자 싱글의 점프 머신'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4회전 점프를 구사한다. 그는 4가지 4회전 점프(토루프, 살코, 플립, 러츠)를 실전 대회에서 성공시킨 유일한 여자 선수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워낙 어려운 점프를 많이 뛴 트루소바는 기복이 심했다. 또한 몇몇 점프는 회전수 부족이 드러났고 점프 에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트루소바가 주춤할 때 쉐르바코바가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루소바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트루소바는 이 대회에서 쉐르바코바는 물론 '백전노장'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25, 러시아)에게 밀리며 3위에 그쳤다. 여기에 발리예바까지 등장하며 트루소바의 위상은 점점 떨어졌다.

실제로 투트베리제 사단의 특징은 에이스들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다. 또한 선수 생명도 짧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알리나 자기토바(19)와 은메달리스트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22, 이상 러시아)도 일찍 빙판을 떠났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나 쉐르바코바(오른쪽)가 환호하자 은메달리스트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안나 쉐르바코바(오른쪽)가 환호하자 은메달리스트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왼쪽)가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강자'로 평가받은 발리예바가 금지 약물 도핑 문제로 파문을 일으켰다. 이날 발리예바는 연이은 실수로 무너지며 최종 4위에 그쳤다. 

투트베리제 팀에서는 뒤숭숭한 상황에서 트루소바의 발언까지 터져나왔다.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은 발리예바를 앞세워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도핑 스캔들로 메달 수여식은 열리지 않았다. 

투트베리제 팀은 베이징 올림픽 여자 싱글 '메달 싹쓸이'에 나섰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발리예바의 추락과 트루소바의 폭언으로 러시아 피겨의 위상은 곤두박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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