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트트랙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서로 축하하는 남자 대표팀 ⓒ연합뉴스
▲ 쇼트트랙 계주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서로 축하하는 남자 대표팀 ⓒ연합뉴스
▲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선두로 질주하는 황대헌(맨 앞) ⓒ연합뉴스
▲ 쇼트트랙 남자 계주 5000m에서 선두로 질주하는 황대헌(맨 앞)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베이징, 이성필 기자] 남자 쇼트트랙대표팀도 여자 대표팀 이상의 조직력을 보여줬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탈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올림픽위원회(ROC)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 인빛 레이스에 성공했다.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던 남자 대표팀이었다. 혼성 계주에서는 박장혁이 코너를 돌다 넘어지는 불운을 겪었다. 1000m에서는 황대헌(23, 강원도청)이 아름답게 추월을 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았다.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이 나오면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대한체육회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검토한다고 선언해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1500m에서 황대헌이 그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려울 정도의 환상적인 레이스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노메달 위기에서 벗어났다. 황대헌은 그야말로 '분노의 질주'로 경쟁자들의 기를 제대로 죽였다.

500m에서는 준결선에서 레인 변경을 시도하다 실격, 다관왕 기회를 잃었다. 스스로 "무리한 시도를 했다"라며 의지만 넘쳤던 레이스였음을 인정했다. 

깨끗한 판정 승복으로 찬사가 쏟아졌고 계주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빈손으로 떠날지 모르는 이준서, 박장혁에게 메달을 손에 넣어주겠다는 의지로 충만했다. 특히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은메달 이후 계주에서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더 열의가 넘쳤다. 

껄끄러웠던 중국의 기를 눌러준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남자 계주 결선은 4팀만 치를 예정이었지만, 준결선에서 중국이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왔다. 이들은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레이스를 시도했지만, 조직력이 좋은 한국을 비롯해 다른 팀들의 힘과 작전에 눌렸다. 

대회 내내 바람막이와 대변인 역할을 했던 맏형 곽윤기(33, 고양시청)의 목이 허전하지 않게 만들어준 것도 좋은 일이었다. 곽윤기는 김아랑과 개회식 기수로 나서 분홍색 염색 머리를 노출, 올림픽에 나서는 초심을 표현했다. 

대회 초반 중국의 편파 판정을 두고 "바람만 스쳐도 실격을 걱정해야 한다"라며 미리 견제했다. 실제로 곽윤기의 말이 그대로 빙판에서 나타나면서 국민적 공분은 더 커졌다.  

그래도 곽윤기는 팀 분위기를 밖에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판정마다 예민해지는 민심을 적절히 달래지는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올림픽을 세 번이나 나선 형님의 여유였다.

선수촌에서는 다른 국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후배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집중했다. 빙판 밖의 분위기가 좋아야 안에서도 집중할 힘이 생겨 그렇다. 절묘하게도 곽윤기는 밴쿠버 대회 계주 메달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1일 준결선에서 곽윤기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마지막 바퀴 인코스 추월에 성공하며 1위 결선 진출에 공헌했다. 경험의 무게를 더해주는 추월이었다. 

결선에서도 곽윤기는 코너링마다 손짓을 하며 완급 조절을 지시했다. 초반 선두를 유지해도 상대의 전략에 말려서는 안됐기 때문이다. 16바퀴를 남기고 캐나다가 1위로 올라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중국이 넘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순위를 잘 유지해 은빛 레이스에 성공했다. 

소위 올림픽 최초의 '유튜버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예정된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대표팀을 내려놓기로 한 곽윤기의 마지막은 정말 아름답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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