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도핑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김연아 ⓒ곽혜미 기자
▲ 김연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하죠.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합니다"(athlete who violate doping cannot compete in the game. this principle must be observed without exception. all players' efforts and dreams are equally precious)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14일 개인 SNS에 올린 글이다. 묵묵하게 올림픽을 지켜본 김연아가 입을 열었다. 그는 찬반양론 중인 '발리예바 사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스포츠의 본질인 '공정성'을 위해 '도핑 파문'을 일으킨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글에는 특정 대상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 소녀의 문제를 살펴보면 김연아의 발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훈련 중인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앞두고 훈련 중인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베이징 올림픽 스타된 15살 소녀, 최고 스캔들 주인공 되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최고 스타는 카밀라 발리예바(15, 러시아올림픽위원회)다. 2006년에 태어난 발리예바는 올 시즌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성인 무대 첫 시즌에서 그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발리예바는 현 여자 싱글 총점(272.71점) 쇼트프로그램(90.45점) 프리스케이팅(185.29점) 역대 최고 점수 보유자다.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 압도적인 기록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발리예바는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단체전을 마친 뒤 발리예바는 도마 위에 올랐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채취한 발리예바의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 트리메타지딘을 확인했다. 그러나 발리예바 측은 이에 반발했고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허락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단체전 메달 수여식을 연기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긴급 청문회를 열었고 14일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승인했다.

그러나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 문제만 다뤄졌을 뿐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우승한 메달 수여식은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또한 발리예바가 메달을 획득해도 메달 수여식은 열리지 않는다. 

발리예바의 도핑이 양성으로 나타난 시기는 올림픽 기간이 아니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문이다. 또한 16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에 대한 명확한 '도핑 규정'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훈련 도중 빙판에 넘어진 뒤 울먹이는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훈련 도중 빙판에 넘어진 뒤 울먹이는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비판은 어른들이 받아야…지금 발리예바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부흥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푸틴 정부는 자국에서 열리는 소치 올림픽 흥행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여자 싱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석연찮은 판정 논란 끝에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 상당수 소녀들은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운다. 이들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소녀들은 발레 쪽으로 진출한다. 또한 피겨 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아티스틱 스위밍 쪽으로 발걸음 내딛는 이들도 많다.

러시아는 이 종목에서 모두 세계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세계적인 선수들은 모두 에테리 투트베리제(47) 코치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투트베리제는 4년 전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알리나 자기토바)과 은메달(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리스트를 모두 배출했다.

▲ 카밀라 발리예바(앞)를 지도하는 에테리 투트베리제(뒤) 코치
▲ 카밀라 발리예바(앞)를 지도하는 에테리 투트베리제(뒤) 코치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는 발리예바와 안나 쉐르바코바(17)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도 모두 투트베리제 사단에 속해있다. 투트베리제는 어느덧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의 '대모'가 됐다. 유망주들이 러시아에서 빛을 보려면 투트베리제 팀에 들어가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될 정도다.

투트베리제는 체계적인 훈련 과정으로 선수들을 조련한다. 한 피겨 스케이팅 관계자는 "러시아 선수들의 장점은 점프에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케이팅 스킬 및 스트로킹, 안무 연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러시아 선수들의 스피드가 빠르고 기본기가 탄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투트베리제는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선호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특정 지도자가 유명 선수들을 거느리면 권력을 장악하는 특징이 있다. 그 지도자 팀으로 들어가야 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투트베리제가 육성한 선수들의 특징은 14~16살의 어린 선수들이 4회전 및 고난도 점프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성장기가 오기 전 몸이 가벼울 때 고난도 점프를 뛰는 방식으로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오른쪽)를 안고 있는 에테리 투트베리제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자기토바(왼쪽)와 은메달리스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오른쪽)를 안고 있는 에테리 투트베리제

실제로 4년 전 평창 올림픽 때에도 여자 싱글 선수가 4회전 점프를 실전 경기에서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러시아 선수들은 남자 선수 못지않은 고난도 점프를 뛴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최강자인 발리예바의 약물 양성 반응이 터졌다. 시간이 흐르며 비난의 화살은 어린 발리예바 대신 '어른' 투트베리제 쪽으로 이동했다. 

피겨 스케이팅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57, 독일)는 "이 일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며 어른들이 책임지고 스포츠에서도 영원히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부 피겨 스케이팅 팬들은 발리예바의 지도자인 투트베리제 코치를 이번 사건의 배후자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공식훈련에서 에테리 투트베리제(오른쪽) 코치의 말을 듣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 공식훈련에서 에테리 투트베리제(오른쪽) 코치의 말을 듣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 ⓒ연합뉴스

불명예를 안고 빙판에 등장하는 발리예바, 어떤 경기 펼칠까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열리는 15일을 하루 앞두고 '경기 출전 허락'을 받았다. 올 시즌 그가 펼친 경기력을 볼 때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발리예바가 만약 금메달을 획득해도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미 선수들의 단체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국기를 흔들지 못한다. 

문제가 터졌던 소치 올림픽 이후 평창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출신 선수들(OAR)로 출전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과 이번 베이징 대회에서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자격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발리예바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상징'이자 '얼굴'이었다. 이 문제는 비단 선수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 러시아의 연이은 도핑 문제로 농익을 분위기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의 새라 허쉬랜드 위원장은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약물이 없는) 깨끗한 스포츠를 러시아는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그들이 공평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불행히도 그들은 이런 권리를 잃었다"며 개탄했다.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단체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
▲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단체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카밀라 발리예바

트리샤 스미스 캐나다올림픽위원회(COC) 위원장도 "이번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 우리 COC는 약물이 없는 깨끗한 스포츠에 전념하고 있다. 부패한 관행 및 도핑에 연루된 사람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겨 스케이팅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 외에 절차가 복잡한 도핑 테스트를 꾸준하게 수행한다. 서로 공평한 상황에서 경기에 임하기 위해서다. 국내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도핑 테스트를 거쳐 빙판 위에 오른다. 

이번 일을 계기고 이러한 '공정성'은 안갯속에 가려졌다.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발리예바가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도 떳떳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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