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정훈이 팀에 귀중한 1승을 안기는 호수비를 펼쳤다.

정훈은 27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그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진 건 롯데가 8-6으로 다시 앞서 나간 9회초 2사 1루였다. 1루 주자 채태인의 대주자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다음 타자 손아섭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대주자로 임무는 거기서 끝났다.

다음 책임은 수비에서 주어졌다. 정훈은 채태인을 대신해 1루수 미트를 끼고 베이스를 지켰다.

채태인은 자타 공인 최고의 1루 수비 능력을 지닌 선수다. 주자로서 매력은 떨어지지만 9회말 수비를 생각했다면 바꾸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던 대주자 기용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대주자로서 이렇다 할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정훈은 그런 걱정을 깨끗하게 지워 버렸다. 채태인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호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넥센은 6-8로 뒤진 9회말, 선두 타자 주효상 대신 대타 고종욱을 기용했다. 고종욱은 롯데 마무리 손승락으로부터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다음 타자는 이정후. 이날 안타는 없었지만 잇달아 빠른 타구를 날리며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정후에게까지 안타를 맞는다면 경기 분위기는 또 바뀔 수 있었다. 실제 이정후는 거의 안타 직전까지 갔다.

볼 카운트 1-1에서 힘껏 잡아당긴 타구가 1루 베이스 옆을 스쳐 지나갈 듯 뻗어 나갔다.

이 순간, 정훈의 순발력이 빛을 발했다. 정훈은 이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리며 팔을 쭉 뻗어 건져 올렸다. 순식간에 1루 주자 고종욱 까지 더블 아웃되는 최고의 호수비를 펼쳤다.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최소 2루타가 되며 무사 2,3 루로 위기가 불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훈의 호수비 덕에 모든 것은 정리될 수 있었다.

정훈의 수비는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단순히 만점짜리 호수비라고 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될 수 있는 가치는 따로 있었다. 트랙맨 시스템은 이 호수비의 가치를 수치화 해  보여 주었다.

일단 이정후의 타구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총알 같은 타구였다. 타구 스피드가 시속 165km나 됐다. KBO 리그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9.9km다. 이정후는 이를 25km나 넘는 타구를 날려 보냈다.

상하 발사각은 14도로 높지 않았지만 좌우 발사각은 매우 이상적으로 형성된 타구였다.  

이 정도 타구가 미트에 닿지 않고 빠져나갔을 때 트랙맨 시스템이 기록한 기대 장타율은 7할9푼8리나 됐다. 여유 있게 2루타 이상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는 걸 뜻한다. 우익수 수비 위치에 따라선 최대 3루타까지 가능했다고 기대 장타율은 말하고 있었다.

정훈의 호수비는 이 7할9푼8리의 장타율 타구를 지워 낸 것이다. 한 경기를 건져 낸 호수비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정훈의 호수비로 롯데는 5위 KIA와 승차를 2.5경기차로 좁히며 가을 야구에 대한 마지막 실낱 희망을 이어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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